blah, 닥스는 그랬구나.

숏타리 개.

12월이긴 한가보다. 벌써부터 선물을 받아버리고. 어색하다 선물받는 일은. 

자기가 가지고 싶은 물건이 늘 뚜렷한 인간인 나는 선물이라는 것이 늘 부담스럽다. 안주고안받자 주의는 아닌데. 받는 일에 대해 늘 경황이 없고 늘 어색하다. 내가 혹시라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할까봐.

장갑을 받았다.

장갑은 이미 잔뜩있다. 나는 장갑을 끼지 않는다. 근데 장갑을 받았다.

장갑은 늘 한짝씩 잃어버리기 때문에 한쪽만 있는 장갑이 옷장 안에 가득하고 또 잃어버릴까봐 잘 끼지않게 되었다. 그래서 장갑을 받았다. 제대로 두쪽 다 있는.

선물한 친구는 손을 씻을 때마다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. 

나는 손 씻는걸 좋아한다. 물론 닦는 행위 그 자체도 좋지만 그 뒤에 약간 물기 있는 손에 핸드크림을 바르는 걸 목적으로 한다. 그게 행복하다. 친구는 나때문에 손씻는 방식도 바꿨다고 했다. 

그로므로 장갑. 마음이 곱다. 

그래서 선물받는 일이 싫다니깐. 나는 또 머저리처럼 고맙다란 표현으로 어중간하게 뭉개고만 있었겠지.

개가 그려져있다. 어디로 보나 닥스훈트같은데 설마 시베리안허스키나 불독같은 거라면 미안하고.

참고로 저 장갑은 닥스. 닥스의 닥스훈트. 저 숏다리 개가 귀여워 보인다.

그 친구는 마음이 고운데 유쾌하기까지하다.

고맙다라는 표현은 모자라니깐. 잃어버리지않겠다고 약속한거는 좀 잘한거 같애.

매일 자랑해야지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