blah, 첫



21.Jul.2014





날이 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엄마는 마당에서 뭔가 대작업을 하기 시작했다. 내가 늘 그린핑거라고 부르는 이상한 힘으로 죽은 식물을 자주 살리는 기적을 심심치않게 행하던 엄마는 드디어 자신만의 텃밭을 꾸릴 각오를 하셨나보다.


정신차려보니 이게 마당인지 원시림인지. 허허.



너무 잘 자라서 뭐를 심었냐고 물을 생각도 못했다. 진짜 너무 '잘' 자라서 저게 뭐가 되는지가 아니라 아 씨앗이 저렇게 나무가 되는구나 했다. 나는 늘 엄마가 키운 것들 중에 나 빼고는 다 잘 큰다고 생각해왔으니까ㅋ 입으로 발성하면 등짝을 쳐맞기때문에 생각으로만.


어느 날 퇴근하고 와보니 작은(정말 작았다) 토마토 하나가 책상 위에 있는거다.



"토마토 잘못산거 같애 엄마."





이 미묘한 크기는 뭐지? 방울토마토를 또 뭔가랑 섞은 괴상한 품종이 나온 건가?

내 질타에 쳐다도 안보고 싱크대에서 계속 저녁상을 준비하던 엄마.






"....원래 처음은 다 너처럼 막생기는거야."






그제서야 밀림같은(...) 텃밭에 나가 토마토가 열린 걸 확인했다. 

내가 이렇게 무심한 딸이다. 아휴.



알고나니 이상해서가 아니라 아까워서 못먹고 쳐다만 보다 하루를 보냈다.

엄마가 바로 안먹고 뭐했냐고 이제 맛없어졌다고 엄청 속상해 하는거다.



맛 없을리가 없잖아 이 아줌마야. 췌.



아마도 평생에 가장 맛있는 토마토로 기억되겠지.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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